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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포스터
러브레터 포스터

이별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첫사랑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1995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 '러브레터'다. 한국에서 1999년 이후 총 6번이나 재개봉한 인기 있는 로맨스 영화이며 그만큼 다시 찾아 보는 사람들이 많다. 홋카이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지는 눈 배경을 보면 보기만 해도 쓸쓸하고 아련해진다.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가 직접 소설로 쓴 다음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설원을 배경으로 한 뛰어난 영상미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일본에서보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더 인기가 좋았다. 한국에서도 'おげんきですか。(오겡키데스까, 잘 지내고 있어요?)'라는 일본어가 유행하였다. 지금봐도 이츠키(남자)가 커튼 뒤에서 사라지는 장면은 모든 여자가 설레기 충분하다. 학창 시절의 풋풋하고 간질거리는 첫사랑 느낌을 이와슌지 감독은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 여자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가 1인 2역을 맡았는데 간혹 착각할 수 있으니 집중해서 보는 것이 좋다.

러브레터 짧은 줄거리

추운 겨울, 눈이 내리는 고베에서 사람들이 이츠키(남자)를 그리워하며 추도식을 하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한다. 이미 죽은 지 2년이나 지났지만 그의 약혼자였던 히로코는 잊지 못하고 있었다. 추도식이 끝나고 그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고 추억에 빠져 중학교 졸업앨범을 구경하다가 이츠키가 옛날에 살았던 주소를 알게 된다. 히로코는 그리운 마음에 이곳으로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그 주소로는 죽은 이츠키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이츠키(여자)가 살고 있었다. 이츠키는 히로코에게 답장을 보내면서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히로코는 애인은 아키바랑 함께 이츠키(여자)집에 가보지만 만나지 못하고 자신이 이츠키랑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과 이츠키(여자)가 닮았다는 이야기에 의문을 품고 다시 졸업앨범을 보다가 이츠키(남자)와 이츠키(여자)가 같은 반인 것을 확인한다. 자신이 이츠키(여자)랑 닮았기 때문에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했던것이다. 히로코는 이츠키(남자)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을 전부 알려달라고 한다. 이름이 같아서 반에서 놀림을 당해도 서로 내성적인 성격탓에 말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그저 이츠키는(남자)는 도서관 부장이었던 이츠키(여자)에게서 책만 빌렸을 뿐이다.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그리움에 힘들어진 히로코는 애인인 아키바랑 같이 이츠키(남자)가 조난당한 눈 덮인 산으로 찾아간다. 눈이 쌓인 산을 보면서 히로코는'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건강히 잘 있어요'라고 외친다. 이 장면이 그 유명한 명장면이다. 그리고 이츠키(여자) 집에 중학교 후배들이 찾아와 책을 한 권 주는데 도서카드에 자신의 중학교 시절 초상화가 그려진 것을 발견한다. 남자 이츠키는 여자 이츠키를 짝사랑했던 것이다.

 

영화 러브레터 해석

영화 러브레터에 나온 결말에 나오는 책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다. 남자 이츠키는 자신의 마음을 알리고자 남들이 빌리지 않는 책만 대여하지만 여자 이츠키는 눈치채지 못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학교를 못 갈 때 남자 이츠키가 찾아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책을 반납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떠난다. 그렇게 남자 이츠키는 전학가고 그 둘은 헤어진다. 히로코는 마지막 답장으로 그동안 여자 이츠키가 보낸 편지를 돌려보내며 '도서 카드에 적혀있는 이름은 당신 이름이 아니었을까요?'라는 말을 남긴다. 남자 이츠키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자 이츠키를 잊지 못하고 똑같이 닮은 히로코에게 사랑을 느낀다. 히로코 역시 죽은 남자 이츠키를 잊지 못하고 조난한 산에 찾아가고 그의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반면 여자 이츠키에게는 중학교 시절 남자 이츠키라는 존재는 편지를 받기 전까지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여자 이츠키는 중학교 때 감정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연애 스토리나 가슴 아픈 이별을 슬프게 표현하지 않는다. 세상을 떠난 연인이나 가족을 마지막 작별을 준비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히로코는 남자 이츠키를, 여자 이츠키는 아버지를 보낼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나오는 마들렌 과자는 기억을 이어주는 매개물인데 이 영화에서 나오는 매개물은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이다. 이 이름 하나로 서로 인연이 닿고 치유를 받는다. 추운 겨울 애틋한 영화가 보고 싶다면 이와이 슌지 감독이 러브레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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